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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마이더스] 베트남… 우연마저 행복으로 이어지다
글쓴이 위더스관광 첨부파일 -
작성일 2018-04-02 오전 9:21:32 조회수 41
바다 위로 솟은 섬들이 속세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는 하롱베이. 연합DB

 

중국 난닝에서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내려줬다. 시내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는데, 중국인 여학생이 같이 가자기에 따라나섰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온 후 여학생을 따라 큰 건물로 들어가니, 4시와 8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8시를 택한 후 혼자 밖으로 나와 여행사에서 하롱베이 여행을 예약하고, 월남쌈에 쌀국수, 경단죽, 옥수수까지 길거리 음식을 고루 맛본 다음, 예쁜 꽃들과 사진도 찍고, 호안끼엠 호수의 멋진 야경도 감상했다.

그러다가 8시에 맞춰 돌아갔더니 세상에! 아까 끊은 티켓이 숙소가 아니라 베트남 전통 인형극 입장권이었다. 연주에 맞춰 물 위에서 공연하는데 인기가 많아 아까 그 여학생이 숙소를 구하기 전에 표부터 산 것이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신비스러운 악기 연주와 함께 용, 불사조, 여우 등의 인형이 물속에서 등장하는 공연은 아주 볼 만했다.

하롱베이로 가기 위해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미니버스가 왔다. 첫 손님으로 나를 태운 버스는 여러 곳의 숙소를 돌아다니며 싱가포르, 필리핀, 스웨덴,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 온 이들을 태웠다.

길이 막혀 5시간 만에 도착한 하롱베이에는 사람도 배도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멋진 유람선 뱃머리에 앉아 하롱베이를 둘러봤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생긴 석회암 괴석들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불쑥 솟아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답게 풍경이 몹시 빼어났다. 섬 사이를 배로 넘나들다 보니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었다.

4시간 정도 유람한 후 항승솟 석회동굴을 탐사했다. 자연이 조각한 기암이 석회동굴을 품고 있는데, 수억 년에 걸쳐 석회를 머금은 물이 천정으로부터 종유석을 흘려보내 바닥에 ‘석순 꽃’을 쌓아올렸다. 여기에 오색찬란한 조명이 곁들여져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노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 ‘호안끼엠’ 호수. 연합DB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치민 시내로부터 조금 떨어진 미토에서는 구찌터널을 볼 수 있었다. 베트남전쟁 때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터널은 입구의 너비가 80cm밖에 안 돼 덩치 큰 미군은 들어가기 힘들고, 낙엽 등으로 위장돼 있어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면 총 250km의 터널 안에 부엌, 식당, 침실, 치료실, 학교, 조산소 등이 꾸려져 있었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찌터널을 보니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떠올라 슬픔이 밀려왔다.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흘러오는 메콩델타 강에서 보트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투어에 나섰다. 흙을 풀어놓은 듯 탁한 강에 삶의 터전인 수상가옥을 짓고 어부들은 고기를 잡고 있었다.

태국으로 출발하는 날 아침. 일찍부터 비가 내렸다. 고심 끝에 갖고 있던 비닐로 가방을 감싸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이를 보고 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도와줘 간신히 가방을 챙길 수 있었다.

지도를 보니 공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멀지 않아 보여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몇 걸음 떼놓자마자 오토바이와 택시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안 탄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으며 지도만 보고 걷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오토바이를 불렀다.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헬멧을 쓰고 달리는 기분이 괜찮았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지만 얼떨결에 놓치자 오토바이 아저씨가 가지 않고 계속 챙겨줬다. 돈 벌러 가시라고 손짓을 해도 웃기만 하더니, 한참 만에 버스가 오자 비로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내가 복이 많은 건지 안타까워 보여서 그러는 건지, 어딜 가나 많은 사람이 도와준다. 그때마다 생생한 인간미를 느낀다.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매일 웃으며, 위대한 자연을 보며,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참 좋다.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4/01 10:30 송고